일본의 그 많던 '대중목욕탕(お風呂屋)'은 어디로 갔을까

도쿄 문화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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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채씩 폐점, 도쿄도內 대중탕 2030년경 사라질 듯 카페, 갤러리, 이자카야 등으로 대변신. 옛 모습 그대로
한 민간 리서치 회사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70%는 매일 욕탕에 들어간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샤워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욕탕에 물을 가득 채우고 목욕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욕탕에는 물을 재탕해서 데워주는 시스템, 목욕하고 난 물로 빨래를 하는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 거의 매일 욕탕에 들어가 씻는 일본인들에게 때밀이는 필요가 없어 보인다. 매일매일 욕실에서 오래된 각질을 뜨거운 물로 씻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관 덕인가 과거 일본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항상 '대중목욕탕(お風呂屋)'이 자리했다. 하지만, 때미는 습관이 없고, 집안에서도 욕탕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목욕탕'은 더이상 일부러 찾아갈 필요가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16년도 대중목욕탕 수는 3,900채. 1996년 약 1만 채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1968년 일본의 대중목욕탕 수는 무려 1만 8천개나 되었으나, 각 가정에 욕실이 보급되고 상하수도 인프라 정비로 집 안에서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목욕탕 이용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매일 1채의 대중목욕탕이 문을 닫고 있으며, 2030년에 도쿄에선 대중목욕탕이 아예 사라질 것이란 예측마저 일본 언론 등을 통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폐점한 대중목욕탕을 이용한 색다른 시도가 싹트고 있다.

90년의 역사를 가진 대중목욕탕 '만사이유(万才湯)'. 게이오 대학교(慶應大学)앞 상점가를 지켜온 이 목욕탕은, 과거 고향을 떠나 게이오 대학에 다니며 자취생활, 하숙생활을 하던 젊은이들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이 '만사이유'가 2016년 폐업하고, 그 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이자카야(선술집) ‘분부쿠(分福)’가 오픈했다. 목욕탕의 모습을 크게 바꾸지 않고 선술집으로 오픈한 예는 분부쿠가 이례적이다.
뜨거운 물이 가득했던 욕탕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넣어 마치 욕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후지산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본의 목욕탕에는 반드시 타일 벽화가 그려져 있다. 후지산을 보면서 목욕을 즐겼던 과거를 기억나게 하는 연출이다. 가게 입구에는 요리사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바 테이블을 들여 놓았다. 선술집의 바 테이블이 들어오기 전, 이곳은 탈의실이었다. 지금은 아주 오래된 체중계만이 그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운영회사인 '쇼쿠타쿠 주방(食匠厨房)'의 아사이 히데히코(浅井英彦)대표는 "옛문화를 남겨야한다는 회사 운영 방침에 따라, 부수고 다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재건축하고 있다. 문화를 계승하는 일의 소중함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목욕탕 시절에 여기저기 붙어 있던 작은 간판까지 모두 버리지 않고 벽에 걸어두었다. 음료도 목욕 후에 먹는 우유에서 착안한 '딸기 우유 칵테일', '말차 우유 칵테일', '커피 우유 칵테일' 등을 판매 중이다.
목욕탕의 대변신은 '만사이유' 뿐만이 아니다. 북규슈(北九州)의 ‘하치만유(八万湯)’는 이미 30년 전에 목욕탕에서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도쿄 야나카(谷中)의 '가시와유(柏湯)'도 1993년 갤러리 '스카이 더 배스 하우스'로 재탄생했다.

2000년에 오픈한 교토의 카페 '사라사 니시진(さらさ西陣)'은 대중목욕탕 '후지노모리 온천(藤森温泉)'을 리노베이션한 곳으로 과거 목욕탕에 대한 향수를 살리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한 돈가스집 '마이센(マイセン)'.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이 마이센 아오야마점 역시 과거 목욕탕이었던 곳을 돈가스집으로 재건축한 곳이다.

대중목욕탕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한때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를 이끌어온 이들의 땀과 피로를 씻어내고 위로하던 그 형태는 고스란히 남아, 또다른 모습으로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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