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판다를 좋아하는 이유! (ft.판다 캐릭터)

도쿄 문화 일본판다 2020.02.28
일본의 넘치는 판다사랑!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에서 자주 쓰는 표현 중에 ‘미레바 와까루(見れば分かる)’라는 말이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보면 알게 된다는 의미다. 우에노 동물원의 판다가족을 본 사람들이라면 저절로 말하게 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지난 해 6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기다리던 생명이 태어났다. 사람들의 엄마 미소를 자아내는 아기 동물의 정체는 자이언트 판다 ‘샨샨’. 훗날 꼬마 아가씨는 우에노 동물원을 상징하는 인기스타로 군림하게 된다.
  • 게이세이 우에노역 출구. 지하철 내부공사가 한창인 이곳의 임시 가림막에도 아기 판다의 포스터가 사용됐다. (사진=한미림기자)

    자이언트 판다 사랑은 ‘우에노’라는 지역 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월 게이세이 전철은 샨샨의 공개를 기념한 승차권을 발표했다. 2017년12월19일부터 2018년6월19일까지 6000부 한정 판매 중인 이 승차권은 오로지 샨샨을 기념하기 위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도대체 왜, 일본인들은 우에노의 자이언트 판다 가족을 사랑하는 걸까? 물론 우에노 동물원은 일본 최초로 오랫동안 판다를 사육한 동물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가진다. 그렇다 해도 동물원에는 자이언트 판다만큼 귀여운 동물이 많을뿐더러 ‘레서 판다’라는 앙증맞은 동물도 자리하고 있거늘, 어째서 자이언트 판다만이 매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동물원에 찾아가 보았다.
  • 우에노 동물원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장. 안전모자를 쓴 꼬마판다가 분리대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한미림기자)

    일본 어디를 가더라도 도쿄 우에노만큼 판다를 쉽게 볼 수 있는 지역은 없을 것이다. 우에노에 도착하자마자 몇 번이고 마주치는 동물이니 말이다. 게이세이 우에노역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방향만 따라가 보아도 그렇다. 벽면과 계단 여기저기에 아기 판다의 모습이 실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다. 

    쏟아지는 햇빛을 따라 밖으로 나오니 길 건너편의 요도바시 카메라 건물 벽면에 귀여운 판다 캐릭터가 방긋 웃고 있다. 우에노 동물원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안전 모자를 쓴 꼬마 판다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우에노 동물원 근처에 위치한 JR우에노역 또한 다를 것은 없다. 아예 ‘판다교’라는 이름을 가진 출구가 있으니, 이쯤 되면 너도 나도 앞 다투어 판다 사랑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 관람권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사진=한미림기자)

    2018년 4월 현재, 아기판다 샨샨과의 만남은 일일 입장객 제한을 걸어둘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어린 인기스타를 보려면 아침 일찍 걸음을 해야 하는데, 하루에 관람할 수 있는 입장객이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한 사람은 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취재를 위해 우에노 동물원을 방문한 오전 11시, 정오를 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관람을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관람권 배포 종료 피켓을 붙이고 있는 안내직원의 모습이었다. 동물원 오픈인 오전 9시30분 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기에 뜻밖이었다. 당초 동물원 관람 시간이 오후 5시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이른 마감이다.
  • 동물원 오픈인 오전 9시30분 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배포 종료된 관람권 (사진=한미림기자)

    두 번째 도전. 이번에는 반드시 샨샨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른 아침 우에노행 전차에 몸을 실었다. 게이세이 전차 안에는 샨샨의 일반 공개 기념 승차권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오전 10시 45분 무렵 우에노 동물원에 입장, 천막 아래에서 배부하는 관람권을 받았다. 티켓에 안내돼있는 관람시간을 확인할 때였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티켓을 보여주면서 말을 걸었다. “아가씨, 혼자 왔어? 오후 4시 10분 입장 맞지? 혹시 내 티켓이랑 바꿀래?” 할머니의 티켓은 오후 3시 40분 입장. 그녀는 말을 이었다. “가족들이랑 시간대가 흩어져서 그래.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티켓을 교환하며 서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반복, 자리를 빠져나와 팬더 우리로 향했다.

    평일이었음에도 동물원의 풍경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자이언트 판다의 사육장은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왔다. 다른 동물들의 보금자리에 비해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판다 리리의 사육장 앞에는 벌써 많은 관람객들이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자이언트 판다 우리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사진=한미림기자)

    이쯤 되면 아이돌의 팬 미팅이라고 해도 좋다. 판다를 감상하는 10분 남짓 동안 진풍경이 펼쳐졌다. 단지 식욕에 따라 끼니를 채우고 있었을 뿐인데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숫제 판다가 식사를 멈추고 고개를 들자 꺄아악 하는 행복한 비명과 함께 죽순처럼 올라온 카메라들이 시야를 가렸다. 리리의 팬서비스에 사육장 앞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려는 사람들과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식사를 마친 판다는 높은 턱에 올라가 하필이면 엉덩이 방향을 관람객에게 드러낸 채 잠을 청했다. 판다가 숙면에 빠지고 나서야 관람객들은 하나둘 떠났다.

    신기하게도 판다를 만나고 나니 모든 동물에 흥미가 사라졌다. 관람 시간인 오후 3시 40분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고민 끝에 입장 시간까지 동물원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관람권이 있으면 우에노 동물원에 재입장 할 수 있다. 물론 티켓에 안내돼있는 시간보다 일찍 입장을 해야 가능하다.

    유유히 동물원 출구를 찾는 오전 11시 29분, 관람권 배포 종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일일 9500장의 관람권은 그 날도 개장 2시간 만에 소진되었다.
  • 자이언트 판다의 공개 시간은 제한적이다. 선착순으로 배포하는 티켓을 받아야 관람이 가능하며 반드시 지정된 시간 내에 동물원에 재입장을 해야 한다. 티켓은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에 우에노 동물원의 아기판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른 일정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사진=한미림기자)

    앞서 말했듯이 기자가 받은 관람권의 시간대는 오후 3시 40분. 길게 늘어서있을 대기를 예상하며 조금 이르게 도착, 무사히 관람을 했다. 유럽의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대기 줄이었다.

    “들어가시기 전에 카메라 또는 핸드폰의 플래시는 꺼주세요.” 동물원 직원의 공지사항을 들으면서 질서 정연하게 입장을 하자 엄마 판다 싱싱의 보금자리가 보였다. 아기 판다 샨샨의 방은 출구 근처에 있었는데, 무척 기묘한 포즈로 잠을 자고 있었다. 이어지는 감탄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도 잠시, 퇴장을 알리는 직원의 안내가 들렸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2분 남짓으로 극히 짧다. 그럼에도 미소가 절로 베어 나오는 이유는 판다의 사랑스러움 때문이리라. 출구로 나오는 동안 누구 할 것 없이 비슷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정말 귀여워.”
  • 판다를 감상하는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 (사진=한미림기자)
  • 엄마 판다 싱싱이 우리안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진=한미림기자)

    어째서 이렇게까지 판다가 인기 있는 걸까요? 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에게 가볍게 묻는 말에, 대답은 한결같았다. “귀여우니까요!” 특별할 것 없는 답변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로지 판다만이 어필할 수 있는 사랑스러움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인들이 판다를 사랑하는 이유는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보면 알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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