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쇼핑 | 일본3대 디자이너의 플래그십이 모두 모인 '아오야마' 둘러보기

도쿄 쇼핑 일본쇼핑 2022.11.28
'아방가르드' 디자인으로 한 때, 아니 지금도 세계 패션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3대 브랜드(디자이너)가 집결한 곳, 아오야마를 패션과 쇼핑의 중심으로 둘러봤습니다.
아오야마를 찾는 이유
지난 도쿄산책 편 <아오야마에서 오모테산도까지>를 취재하던게 11월 초. 그리고 약 2주가 지난 지금은 체감상으로 대략 두 배가 넘는 한국 여행객과 도쿄의 곳곳에서 마주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 특집으로 다룰 정도로 입국 재개 후 일본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는 한국인데요, 원래 오사카나 규슈 지역을 여행 또는 쇼핑하시는 분들이 많긴 했지만, 워낙에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도쿄 역시 한국 분들로 넘쳐나는 느낌입니다. 
특히나, 오모테산도와 아오야마는 요즘 '사거리에서 돌멩이를 던지면 한국 사람이 맞을 확률'이 거의 70%는 되지 않을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여기저기서 반가운 한국어가 다양한 사투리까지 섞여서 들려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토록 많은 한국 여행객들은 왜 아오야마에 모여드는 걸까요?
물론 쇼핑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갖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그 중 (거의 확실하지 싶은)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아오야마 - 아방가르드 3대장의 본진
‘진위적인, 급진적인‘이라는 뜻을 지닌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틀이나 관념을 깨뜨린 패션을 말합니다.

꼼 데 가르송,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이 바닥의 3대장이라 일컬어지며 일본 3대 디자이너로 칭송받는 이들은 1980년대 초, 세계무대에서 충격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지금은 톱클래스라 할 만한 '메종 마르지엘라'나 '드리스 반 노튼', '오프화이트' 등의 해체주의 브랜드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며 패션 쟝르의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아방가르드란 게 자유로운 예술적 영감이 베이스가 되는데요, 우연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블랙'을 기조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온통 시커멓기만 한 게 아니고, 단순한 무채색 안에서 여러가지 문화와 예술적 테마(레트로, 에스닉, 록 음악, 팝아트, 퓨처리즘 등)를 저마다의 무궁무진한 패턴과 디테일로 표현해 냅니다.  

이처럼, 온통 까맣고 정형화되지 않은 스타일로 패션의 변방이었던 일본을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깨부순 '게임체인저'로 만든 세 브랜드/디자이너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아오야마의 숍들을 만나 봅시다.
갓마더 오브 아방가르드 - 꼼 데 가르송
아방가르드의 '대모'이자 일본 패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川久保 玲)가 이끄는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아오야마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한국에서 이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메인 브랜드가 아닌, 캐릭터(라고 쓰고 저렴이) 라인인 <PLAY COMME des GARÇONS>이었습니다(네네. 눈깔  달린 하트로 유명한 그것입니다.) 
 
깜찍한 로고플레이, 컨버스와의 콜라보로 한국에서는 '국민 꼼데'로 일본여행 머스트바이 아이템이기도 했었지만, 지금 꼼 데 가르송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하면 '아오야마 백'일 것입니다.
아오야마는 '백'이 핫하다
블랙 장인다운 깔끔한 숍의 한 가운데에서 무심한 듯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가지 크기의 검정 가죽가방인데요...
이게 요즘 일본 쇼핑 사냥감 1위인 <아오야마 백> 입니다.

마트료시카 인형 마냥 크기별로 주르륵 놓인 그냥 새까만 가방...  언뜻 보구선 '이게???'라고 생각하실 분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사실 이 가방의 인기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아오야마 오리지널 백'이라고 하구요. 이름 그대로 아오야마점에서만 한정으로 판매하던 아이템이었다고 합니다(현재는 몇몇 숍에서도 판매하고 있다고는 하네요).
총 62종류가 있다는 꼼 데 가르송의 아오야마 한정판 백 중에서 특히 인기있는 모델이 <스테아 백>인데요, 생후 2년이 지난 숫소의 가죽을 크롬으로 무두질하여 유리에 압착시켜서 만들어진 '스테아글래스 레더'라는 특수한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 번에 생산 가능한 갯수가 많지 않아서 한 달에 한 번, 그마저도 몇 점 정도만 들어온다고 하네요.   
  • 사다리꼴 스테어백 (1~5, 하나 품절이네요ㅠㅠ)
  • 스퀘어 스테어백(1~5. 사다리꼴보다는 덜 인기)
로고의 첫 글자 'C'가 음각으로 된 게 아오야마점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율을 보이는 아이템은  사다리꼴 1~2번(번호가 높을수록 큰 사이즈임)이라고 합니다. 이 사이즈는 발견 즉시 구입해야 할 정도로 일본 현지에서도 정말 구하기 힘들다고 하니, 요걸 노리고 도쿄여행 오시는 분들은 미리 전화로 재고를 확인(해도 아마 어렵고 홀딩도 안된다고 합니다)하시거나 마음을 비우고 오시기 바랍니다... 
아오야마는 이것 말고도 즐거움이 많으니깐요.  
꼼 데 가르송 아오야마점(コムデギャルソン 青山店)
주소: 도쿄도 미나토구 미나미아오야마 5-2-1
영업: 11:00~20:00(무휴)
웹사이트
포스트 모더니즘 디자이너 - 요지 야마모토
세상에서 블랙을 가장 화려하게 사용할 줄 아는 디자이너. 글램과 완벽주의가 지배하던 80년대 패션업계에 '비대칭/불규칙/미완성'이라는 스타일과 애티튜드를 던지며 데뷔한 '요지 야마모토(山本 耀司)'는 '검은색은 겸손함과 동시에 오만하다.'라며 착용하는 사람의 성별이나 나이, 체형이나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블랙 컬러의 루즈한 실루엣으로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컬렉션을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 오고 있습니다.  
  • 요지 야마모토의 정체성을 아주 쿨하게 표현한, 아오야마 숍의 상징과도 같은 드로잉(혹은 낙서?)
1943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게이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였으나, 의상실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일본 유수의 패션디자인 학교인 문화복장학원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 후 일본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이었던 ‘소엔상’ 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1972년 자신의 의류회사인 Y'S를 설립하고 1977년에 도쿄에서 첫 패션쇼를 선보인 지 4년 후인 1981년, 꼼 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와 공동으로 파리 컬렉션에서 데뷔하면서 [Yohji Yamamoto]를 런칭합니다.
My dear bomb
입구에서 살짝 들여다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해체주의적이면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녹여 낸 '요지만이 낼 수 있는 멋짐'.
어두운 컬러에 루즈하고 드레이프가 넘실거리는 스타일은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따라하고 있지만, '분노가 창의적 디자인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그의 애티튜드가 묻어나는 독창적인 무드 만큼은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같은 무드는 펑크, 스트릿, 고프코어 등 시대마다 폭발하는 젊은 트렌드와 결합함으로써 브랜드의 인기를 더 굳건하게 만듭니다. 
오랫동안 아디다스와 협업하여 전개하는 'Y-3' 브랜드처럼 말이죠( 최근의 '●찌'나 '발렌●●가' 의 화제성 콜라보와는 그 무게감부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요지 스타일'에 대한 동경이 있는 분이라면 아오야마의 숍, 그리고 오모테산도 힐즈의 Y-3' 숍은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Yohji Yamamoto 아오야마 본점(Yohji Yamamoto 青山本店)
주소: 도쿄도 미나토구 미나미아오야마 5-3-6
영업: 11:00~20:00(무휴)
웹사이트
소재의 건축가 - 이세이 미야케
세 명의 디자이너 중 가장 심미적이고 기능적이며 현대적이라고,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도 나머지 두 사람이 섭섭해하지 않을 거장이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세이 미야케 입니다.
우리에겐 '세모세모 백(BAOBAO)' 나 '주름주름 웨어(PleatsPlease)',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그 니트로 너무나 친숙한 이세이 미야케라는 디자이너는 사실 일본 아방가르드 패션의 진정한 선구자였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1965년에 프랑스로 건너가 기라로시, 지방시 등 유명 디자이너의 보조 디자이너로 활동한 후 뉴욕으로 건너가 1971년에 첫 번째 컬레션을 발표하고 뉴욕의 백화점 블루밍 데일에서 ‘미야케 이세이’ 코너를 오픈하기에 이릅니다.
 
1973년에는 파리 콜렉션에 처음으로 참가하면서 서양도 아니고 동양도 아닌, 의복의 본질과 기능을 추구한 '세계복'을 만들어 내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 후, 1993년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 '레지온 도뇌르'를 수여 받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1998년엔 일본 문화공로상, 2010년에는 문화훈장까지 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지게 되죠.

그리고는 지난 2022년 8월 5일 84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R.I.P).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그의 유산
그가 남긴 유산은 패션을 예술로 전환시킨 ‘소재의 건축가’ 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는 여러 브랜드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상시에 착용하기에 다소 난해해 보이지만, 막상 입어 보면 의외로 편안하고 기능적이며 코디하기 어렵지도 않고 예쁘기까지 해서 아방가르드한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한 번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게 되는 브랜드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아오야마에는 이세이 미야케의 여러 숍들이 곳곳에 있으니, 선입견 없이 가볍게 들러 보시면 어느 새 그의 팬이 되어 있을 겁니다.

이세이 미야케 아오야마(ISSEY MIYAKE / AOYAMA)
주소: 도쿄도 미나토구 미미나미아오야마 3-18-1
영업: 11:00~20:00(무휴)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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