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교토, 풍경 | 루리코인 사원에서 만나는 마법의 단풍

간사이(관서) 관광 가을고토 2021.11.18
이 고즈넉한 사찰의 칠기 탁자는 가을이 되면 마법의 거울로 변한다고 하는데...
루리코인 사찰은 7세기에 일어난 센고쿠 시대의 전투 중 오다 노부나가가 방화를 일으킨 산으로 알려진 교토 북동부의 히에이 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전쟁이 아니라 매년 봄과 가을에 몇 달 동안만 열리는 교토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기억합니다. 20세기 중반,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현재의 루리코인은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루리코노니와'와 '가료노니와'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정원으로 구성되어 마치 고급스런 별장과 같은 모습입니다.
중요문화재로 소중히 보호받고 있는 이 사찰은 2015년이 되어서야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하여 일본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워낙 아름다운 곳이기에 가능하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을 권합니다.  다소 비싼 입장료(2,000엔)임에도 매년 사원이 열리는 몇 안 되는 주말에는 긴 대기줄이 생길 정도니 말이죠.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꼭 보고 싶어하는 루리코인 사찰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요? 물론 정원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끼로 뒤덮인 루리노니와의 깊은 초록빛이나 가을마다 계절이 바뀌면서 나무를 붉고 노랗게 물들이는 다채로운 나뭇잎들은 보는 이들을 압도합니다. 그러나, 이 정원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찰 내부의 방과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단풍 마루'를 뜻하는 '유카모미지(床紅葉)'라 일컬어지는, 탁자 표면에 비친 단풍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찰 2층에 놓인 매끄럽게 옻칠한 커다란 탁자의 표면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따라 바깥 정원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나무들을 완벽하게 반사합니다. 사진으로 찍어 보면 아주 신비롭게 느껴지는 놀라운 장면을 연출하는데요, 이 광경은 매년 가을이면 일본 SNS를 장악하며 루리코인을 인스타그램의 '인싸'로 만들어 주곤 합니다.
물론 사찰에는 다른 매력도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사찰을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거실 공간이나 정원 찻집처럼 덜 유명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장소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불경을 서예붓으로 필사하는 체험이나 루리노니와 정원을 마주보는 열린 공간에 앉아 말차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11월과 12월 사이에는 하루에 단 150명만 어둠 속에서 정원을 밝히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야간 특별관람 티켓을 종종 판매하기도 합니다.
조금의 기다림과 비교적 높은 관람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교토 여행자에게 루리코인 사찰과 아름다운 정원은 가을여행 일정에 추가할 가치가 충분한 장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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