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봄꽃 5선: 벚꽃 못지않게 아름다운 봄의 씬 스틸러들

일본 전국 관광 봄꽃 2022.03.28
봄꽃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벚꽃을 떠올리지만, 이 세상에는 봄날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꽃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씬 스틸러'들을 소개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오랫동안 일본 전통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봄이 오면 매년 피어나는 초록이들과 화려한 꽃만큼 새로운 계절을 상징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일본이 천 년 전 중국에서 그 전통을 가져 온 이래로 하나미(꽃구경/花見)는 봄의 축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상에 관해서는 벚꽃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랍니다. 일본 헤이안 시대(794~1185년)에 벚꽃이 유행하면서 봄의 꽃구경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이전에는 실제로 '매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일본 역사의 흐름에 따라 각 지역에서 갖가지 종류의 꽃이 차례차례 주연과 조연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처럼, 옅은 분홍색 벚꽃 만큼 일본의 봄을 아름답게 수놓는 꽃들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매화(梅) · 1월~3월
매화는 매년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 중 하나로 고대 중국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 소중하게 여겨져 온 꽃입니다. 음력으로 새해는 매화가 만개하는 날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2월 말경에 시작됩니다. 연분홍에서 짙은 마젠타까지 다양한 색조로 피는 꽃은 새해를 맞이하고 아름다운 날씨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신호이며, 매화꽃 구경을 하는 날은 다가오는 설을 설렘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완벽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죠. 
일본 전역의 정원에는 크고작은 매화 숲이 있고 인기 있는 명소도 많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는 도쿄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이바라키현 미토에 있는 가이라쿠엔 정원입니다. 이 광대한 공원은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일컬어지며 일본 최초의 "공립 공원" 중 하나입니다. 2월이 되면 100종 3,000그루의 매화를 보기 위해 공원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미토시는 120년 이상 동안 공원에서 매년 매화 축제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꽃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실을 기본으로 한 먹거리들과 거의 모든 종류의 매실주(우메슈/梅酒)를 판매하는 포장마차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가이라쿠엔(偕楽園)
이바라키현 미토시 도키와초 1-2
Official Website (jp) 
② 유채꽃(菜の花) ・2월~5월
이 꽃은 우리가 부엌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는 '카놀라유'의 원료가 되는 바로 그 꽃입니다. 사실, 카놀라라는 이름은 실제로 "캐나다"와 "오일"의 합성어로, 정식 이름은 유채꽃이죠. 작지만 쨍한 황금빛을 내뿜는 유채꽃은 벚꽃이 만발한 나무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봄이 오고 유채밭 전체가 만개하기 시작하면 마치 꿈 속 같은 풍경이 연출됩니다. 엉덩이 높이에서 춤추며 감수성을 마구 자극하는 맑은 노란 꽃잎들은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하는 동화, 혹은 로맨스 영화 속 야생화의 초원 들판 그 자체입니다.
재배가 쉬운 유채는 일본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노란 꽃이 만발한 넓은 들판을 느껴 보려면 나리타 공항과 가까운 곳을 추천합니다. 지바현 나리타시에 있는 '나리타 유메목장'은 1887년부터 유업을 주로 하던 농장이었지만 1987년에 관광 명소로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황금빛 유채밭 주변에도 수많은 벚나무가 있으며,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농장에서 직접 만든 콘 아이스크림을 즐기며 분홍색과 노란색 꽃잎이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인 공간을 산책할 수 있습니다.

나리타 유메목장(成田ゆめ牧場, Narita Yume Bokujo)
지바현 나리타시 나기 730ー3
Official Website (jp)
③ 복숭아꽃(桃) · 3~4월
복숭아라는 과일은 옅고 부드러운 분홍빛을 띠지만, 복숭아 나무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 꽃은 열매보다 훨씬 더 짙고 다양한 색의 핑크를 뽐낸다는 것을 말이죠. 복숭아 꽃 시즌은 일본의 벚꽃 개화 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 더 일찍 피는 경향이 있어 벚꽃 축제를 위해 너무 일찍 일본에 도착하는 여행자에게 적합합니다. 사람들은 벚꽃의 차분한 연분홍빛 선호하기도 하지만,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을 이루는 진홍과 분홍 사이를 오가는 복숭아꽃의 진하고 생생한 색채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도쿄의 북쪽, 이바라키현 미토에 있는 '고가 구보공원'은 원래 1455년에 이 지역의 "구보"(公方, 부장군)를 위해 설립되었지만 현재는 복숭아의 개화 축제에 많은 시민들을 초대합니다. 공원의 복숭아 나무는 17세기 초에 고가 성주가 에도의 가신의 아이들에게 복숭아 씨를 모으라고 명령한 후, 이곳 농민들에게 키우게 한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생장이 빠르고 열매는 식량으로서 훌륭했기 때문이죠. 메이지 시대(1868-1912년)에는 이 나무숲이 현지 사람들과 여행자 모두를 위한 꽃 구경 명소로 바꾸었고, 1970년대에는 오래된 공원을 복원 및 개조하여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다양한 감상용 복숭아 나무를 심었습니다. 

고가 구보공원(古河綜合公園)
이바라키현 고가시 고노스 399-1
Official Website (jp)
④ 등나무(藤) · 4~5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등나무를 볼 수 있지만 일본의 등나무는 특히 장엄한 보라색 꽃이 긴 커튼처럼 매달려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본은 이 단순한 꽃 덩굴을 마법의 것으로 변형시켜 등나무가 있는 공원과 정원을 작은 동화 속 탈출구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서 귀신을 쫓아내는 꽃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다시금 이 꽃나무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입니다.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는 매년 보라색과 흰색 꽃이 만발하는 거대한 19세기 등나무와 여러 그루의 꽃 덕분에 꾸준히 일본 화원 테마파크 중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공원 내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품종의 꽃나무들이 피어 있으며,  새하얀  등나무 터널 위에는 갖가지 꽃잎이 함께 피어나면서 마치 보라색 팝콘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 외에도 분홍색 등나무나 황금색 등나무들도 피어납니다. 등나무 시즌에는 일몰 후에도 계속 열려 있어 조명을 받은 꽃들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아시카가 플라워파크(あしかがフラワーパーク)
도치기현 아시카가군 아사마초
Official Website (en)
⑤ 네모필라(ネモフィラ) ・ 4월~5월
원래 북미 지역에서 '베이비 블루 아이즈(Baby Blue Eyes)라고 불리는 이 꽃은 일본에서는 "네모필라"라는 학명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땅 가까이에서 자라는 이 작은 파란색 꽃은 고향 캘리포니아에서 멀리 퍼졌고 지금은 하늘색 카펫으로 일본의 언덕 전체를 덮는 데 사용됩니다. 옅은 파란색 꽃이 빽빽이 들어차도록 세심하게 조경된 이곳 초원은 구름 속을 걷는 느낌 혹은 작은 꽃들이 가득한 바다에서 부드러운 파도 사이를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네모필라 꽃구경의 명소는 단연 '히타치 해변공원'이며, 이 작은 꽃들이 이곳을 이바라키를 인기 관광지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 동부 해안을 따라 조성된 이 공원은 원래 일본군 공군 기지였다가 미 공군의 폭탄 훈련 시설이었는데요,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평화의 상징인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기도 합니다. 방문객들은 푸른 잔디와 거대한 관람차, 그리고 네모필라 들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바다와 마주한 공원답게 푸른 꽃의 들판과 태평양 앞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도 있죠.

국영 히타치 해변공원(国営ひたち海浜公園)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 마와타리 오누마초 605-4
Official Website (Kr)

이번 봄 시즌엔 어떤 꽃을 만나볼까요?

매화와 복숭아 꽃의 다채로운 분홍색, 유채꽃의 황금빛 노란색, 등나무와 네모필라의 부드러운 파란색과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봄은 벚꽃 말고도 다양한 꽃과 축제가 열리곤 합니다. 벚꽃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봄의 주인공 같은 꽃이지만, 조금만 더 살펴 보면 주연 못지 않은 씬 스틸러와 같은 꽃들도 열심히 봄을 채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봄 여행의 선택지도 많아지는 셈이죠. 
올 봄엔 일본에서 어떤 꽃과 함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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