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도쿄? 역설적인 일러스트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본 작가

도쿄 문화 도쿄폐허 2020.09.29
최근 일본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낯익은 듯 낯선 도쿄'를 그린 일러스트에는 작가의 어떤 마음이 담겨 있었을까요.
한 때 '시부야'라 불렸던 곳...
''도대체 도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시부야의 상징인 109빌딩, 모야이 석상, 롯폰기힐즈에서 도쿄도청, 그리고 신주쿠역 등등, 폐허가 된 도쿄의 거리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일본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황량하고 뭔가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이 들지만, 한편으론 왠지 아름다워 보이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자아내는 이 그림들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도쿄_겐소(TOKYO_GENSO)'.
최근에는 일본 각지의 서점에서 개인전까지 열고 있다는 그는 대체 어떤 상상력으로 이런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걸까요?
도심을 벗어난 삶이 만들어낸 '도쿄의 환상'
오리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작품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 미술 선생님의 아뜰리에에서 벽화 제작을 돕는 일을 하면서 상업미술가를 꿈꾸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 후 본격적으로 미술을 다시 공부해서 애니메이션의 배경을 제작하는 회사에 취직하면서라고 합니다.

도쿄의 폐허를 그릴 때에는 먼저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풍경을 그린 다음, 계절이나 시간의 요소를 비틀어서 표현을 더한다고 하네요.

처음으로 그린 작품은 '시부야109'로, 20대 때 앙코르와트 유적에서 본 사원처럼 시부야가 거대한 풀과 나무로 뒤덮혀있는 상상을 일러스트로 옮겨본 것이라고 합니다. '모야이 석상'은 태국의 아유타야 유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구요.

도쿄를 그리게 된 이유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도쿄와 어느 정도 떨어진 요코하마라는 곳에 살면서, 도쿄는 도심/중심이라는 이미지가 선명했고 그런 적당한 거리감이 일러스트의 주제로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느껴줬으면...
트위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갖가지 코멘트를 받고 있다는 그는 작품에 등장하는 가게들이 '우리 가게는 아직 멀쩡하네~', '우리 가게도 망가뜨려줘~' 등의 재미있는 리트윗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트윗들도 없지 않다고 합니다.

작품의 분위기 때문에 허망함과 고독함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보는 이들이 가능한 한 불쾌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그는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림을 통해 절망보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있다고 하네요. 
코로나에 지친 도쿄 사람들이 공감하는 '작은 일탈'
자신에게 있어 그림은 '마음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이자 취미이기 때문에, 언제 붓을 놓고 다른 놀거리를 찾을 지 모른다는 작가.

그는 첫 개인전에 대한 소감을 묻자,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찾아 준 것에 대해 '이 숨막히는 시기에 해방감을 느끼고픈 사람들에게 제 작품이 작은 즐거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세상에 착한 그림/나쁜 그림이란 건 없지만, 조금은 불경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도쿄의 폐허' 란 테마가 어쩌면 사람들에게 작은 일탈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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