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행 공룡 JTB, '다이어트'만으로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일본 전국 문화 Jtb 2020.12.15
점포 중심 대면 영업 한계···'고투트래블' 특수도 기폭제 안돼1400억엔 규모 구조 조정···디지털화 여부 따라 존폐 판가름

약 1400억엔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한 일본 초대형 여행사 JTB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우리 돈 1조 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일본의 한 고객이 JTB의 고투트래블 예약사이트를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한동기 기자)
JTB가 지난 11월 20일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2021년을 기한으로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전국 오프라인 점포 115곳의 문을 닫는 한편, 10개 이상의 국내 그룹 자회사를 통폐합하고, 해외 자회사의 거점 190곳을 폐쇄한다. 

인원 감축도 병행한다. 종업원의 신규 채용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서 현재 전세계 2만 9000명에 달하는 종업원 수를 2만 2500명까지 줄인다는 목표하에 국내 2800명, 해외 37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임원의 보수와 상여금도 30% 삭감한다.
JTB가 이같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급격한 매출하락과 이에 따른 영업손실 확대 때문이다. JTB의 올해 상반기(4~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8%나 감소한 1298억엔에 그쳐, 전년도 영업이익 64억엔 흑자에서 영업손실 710억엔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 여행객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인바운드 수요마저 폭락한 탓으로 오는 2021년 3월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영업손실은 약 1000억엔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00년 이래 최대규모의 적자 폭이다. 

초대형 여행사 JTB의 위기도 전세계 여행업체를 고사상태로 만든 코로나19의 유행이 직접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외면한 채,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전통적인 영업 방식을 고수한 것이 보다 근본적인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는 비대면 방식의 확산을 가속화시킨 것일 뿐, JTB식 영업은 이미 오래전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다는 것. 

JTB식 전통적인 영업방식의 한계는 일본 정부의 'Go To Travel(고투트래블)' 사업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고투트래블'은 코로나19로 인해 빈사상태에 빠진 관광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여행 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총 1조 1천억엔 규모 사업으로 '일본여행업협회(JATA)' 등 공공단체와 JTB 등 4개의 일반기업이 참여한 '관광산업공동제안기구(이하 '기구')'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진행했다. 

한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 기구에 참여한 JTB 등 일반 기업에 거액의 사업비가 파견 직원의 일당이라는 명목으로 지출된 것이 드러나면서 사업 실시 이전부터 'JTB특혜'라는 비난이 일 정도로 JTB에 유리한 사업이었지만, 이로 인해 늘어난 여행수요의 대부분은 '라쿠텐트래블', '자란넷', '야후트래블', '잇큐닷컴' 등 젊은층에 인기 있는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로 흡수돼 정작 JTB는 철저히 소외된 실적을 보이고 말았다. 감염병 유행이라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고객들이 온라인 비대면 위주로 예약을 진행한 때문으로, 실적회복의 기폭제가 됐어야 할 '고투트래블'이 오히려 인위적인 특수 조차 누리지 못할 정도로 몸집만 비대해져버린 JTB의 민낯을 드러낸 결과를 보이고 만 것. 

야마키타 에이지로(山北栄二郞) JTB 사장은 반드시 흑자를 달성해 직원을 내보내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며 인원감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지 않은 점을 이용해 경영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 뿐, 단순히 감원이나 점포 폐쇄를 통한 비용절감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JTB는 일본교통공사의 영업부문이 분할·민영화 된 기업으로 취업인기도도 매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주식시장에는 상장되어 있지 않다. 

JTB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여행 예약방식의 변화는 이미 수년전의 조사에서도 읽힌다. 일본교통공사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46.6%가 예약방식으로 '인터넷 전문 여행예약 사이트'를 꼽아 가장 많았고 '여행사 웹사이트'(29.6%), '여행사 점포'(27.8%)가 뒤를 이었다. 일본관광진흥협회의 2019년 조사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연간 관광 관련 웹사이트 방문자 수(스마트폰의 경우)가 가장 높은 곳은 1위가 자란넷, 2위는 라쿠네트래블이었으나, JTB는 조회수 상위권과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10위에 머물렀다. 

JTB의 이번 구조조정이 일각의 지적처럼 단순히 경영책임을 면하고자 몸집을 줄이는 보여주기식 구조조정으로 끝난다면 JTB는 그저 기억 속의 기업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디지털화가 잘 만든 여행사이트 하나 오픈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롯데라는 거대 유통그룹을 등에 없고 수조원을 들여 닻을 올린 '롯데ON'의 월 실사용자수(MAU)가 1년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도 쿠팡의 5%도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본 기사는 프레스맨과의 컨텐츠 제휴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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