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설경온천 5선 ・ 겨울 온천의 전통 '유키미부로'를 즐기다

일본 전국 문화 일본온천 2022.01.20
새하얀 겨울 풍경 속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일본의 온천욕은 쉽사리 느껴볼 수 없는 호화로운 경험입니다.
목욕 그리고 온천욕을 즐기는 휴식여행은 일본 사람들에겐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입니다. 일본의 많은 노천탕에서 느끼는 상쾌함은 다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경험이죠. "로텐부로"(露天風呂)라고 불리는 이 호화로운 욕탕은 야외에 개방되어 있어 천연 온천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서 시원한 바람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인기 있는 노천탕은 일본 각지에 있으며 저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특색을 띠며 여행객들을 맞이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궁극적인 버전은 일본에서 가장 추운 지역의 명물인 설경 온천, 이른바 "유키미부로"(雪見風呂)일 것입니다. 매년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근 채 반짝이는 하얀 눈의 절경을 즐기기 위해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모여듭니다.
오늘은 겨울 동안 일본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든 여행자를 위한 최고의 유키미부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온천들을 소개합니다.

①아시노마키 온천(芦ノ牧温泉)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에 있는 아시노마키 마을은 추운 겨울이 되면 많은 눈으로 뒤덮이곤 하는데요,  하지만 그 눈조차 성하 마을 아이즈 와카마쓰의 원천에서 분출되는 분당 1,000리터의 뜨거운 온천수를 막을 수는 없답니다. 지역 주민들은 이 온천은 천 년이 넘었다고 말합니다. 한때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 보니 아시노마키 온천은 '환상의 온천 마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교통이 편리해진 덕에 원천에서 직접 온천수를 공급받는 아카 강변에 있는 '오카와소(大川壮)' 료칸의 새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온천을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죠.
최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의 주목도가 높아진 이 고급 료칸은 한 트위터 사용자의 예리한 관찰 덕분에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얻었는데요, 바로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팬이었던 그는 온천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료칸의 로비가 애니 속 설정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전통적인 나무 들보로 짜여진 천장 아래 계단으로 이어지는 로비 중앙의 '떠있는 무대(浮き舞台)'의 모양새가 귀멸의 칼날 1기에 등장하는 '이공간 무한역'異空間無限城)'에서 보여지는 일본 건축의 혼란스러운 회전 배열과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었죠.
아시노마키 온천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유난히 사랑스러운 아시노마키 온천역 역장님께 인사를 드리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버스'라는 이름의 길 잃은 고양이가 2008년에 그 자리를 차지한 이후로 그 자리는 현재 '러브'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대를 이어 담당하고 있답니다.


아시노마키 온천 오카와소(芦ノ牧温泉 大川荘)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시 아시노마키
Official Website (en)

②나가노 구마노유 온천(長野 熊の湯温泉)

구마노유 온천은 일본 최고의 설질을 자랑하는 스키 리조트가 있는 국립공원인 '시가 고원' 지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 슬로프에서 신나게 라이딩을 즐긴 다음 최고의 휴식을 선사하는 온천인 셈인데요, 이 온천은 스키장이 지어지기 훨씬 전부터 인기 있는 곳이었습니다. "구마노유"의 "구마"는 실제로 곰을 의미하고, 온천의 이름은 야생 곰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몸을 담그었다는 현지 전설에서 따왔다고 하며, 에도시대의 학자 사쿠마 쇼잔이 이 온천을 조사하고 나서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지난 170년 동안 이 온천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온천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선명한 녹색으로 인한 "비취색 온천" 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이 온천은 유황이 풍부하여 강한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원한다면 실제로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온천 직원은 반 컵 정도만 마시는 걸 추천합니다)
구마노유 호텔의 뚜렷한 초록빛의 노천 온천은 욕탕 주변 바위들에 쌓인 눈, 그리고 배경이 되는 산들의 설경과도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며 스키 시즌의 방문객들에게 여러모로 힐링타임을 제공합니다.

구마노유 호텔(熊の湯ホテル)
나가노현 시모타카이군 야마노우치 히라오 7148​
웹사이트(en)

③나가노 지고쿠다니 온천(長野 地獄谷温泉)

곰들이 좋아하는 시가 고원의 온천에서 조금 내려가면 지역의 야생 동물과 깊은 관련이 있는 또 다른 온천인 지고쿠다니 온천이 있습니다. '지옥 계곡'이라는 뜻의 지고쿠다니 온천은 이름만 들으면 지옥을 연상케 하는 펄펄 끓는 온천수를 상상할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하얀 눈을 배경으로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는 천연온천의 모습인데요, 이 지고쿠다니 온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원숭이(야생 "눈 원숭이" 또는 나가노의 숲에 사는 일본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원숭이들은 쌀쌀한 날씨가 되면 바로 이 온천탕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거나 여유로이 몸을 담그곤 합니다. 이곳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을 계기로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가노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고쿠다니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원숭이만이 아닙니다!

지고쿠다니 원숭이 공원(地獄谷野猿公苑)
나가노현 시모타카이군 야마노우치 히라노 6845
웹사이트(en)

 
숲길을 따라 원숭이 공원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1864년에 지어진 작은 료칸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람)손님은 눈 덮인 같은 온천의 노천탕에 몸을 담글 수 있으며 원숭이들은 근처를 돌아다니다 때때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노천탕에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지고쿠다니 온천 고라쿠엔(地獄谷温泉 後楽園)
나가노현 시모타카이군 야마노치 히라오 6818
웹사이트(jp)

④홋카이도 시카리베쓰 호반온천(北海道 然別湖畔温泉)

일본 최북단에 있는 현인 홋카이도는 여름은 온화하고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여 나만의 겨울 왕국을 찾는 여행자들에겐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입니다. 시카리베쓰 호는 그런 관광지 중 하나죠. 매년 연말에 날씨가 충분히 추워지면, 얼음으로 조각한 가구들과 초현실적인 "얼음 예배당", 그리고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이글루 등이 지어지면서 이 호수는 작은 도시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이 바로 목욕 시설입니다.  두꺼운 호수 얼음 위에서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공간에서 파이프로 끌어온 따뜻한 온천수가 채워진 가마솥 모양의 욕조에 몸을 담궈, 물안개 사이로 보이는 얼음으로 뒤덮인 하얀 호수와 산의 절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온천탕은 야외에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혼탕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저녁 몇 시간 제외). 따라서 목욕하는 사람들은 수영복이나 수건을 자유롭게 착용하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노천탕은 호수가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일 정도로 추울 때만 개방되지만, 조금 일찍 혹은 늦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시카리베쓰 호반온천 호텔 후스이'는 얼음 위로 온천수를 배관하지 않을 때에도 ​​야외 족탕 ("아시유"/足湯)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카리베쓰 호반온천 호텔 후스이(然別湖畔温泉ホテル風水)
홋카이도 가토구 시카오이 기타우리마쿠 시카리베쓰 호반
웹사이트(en)

⑤도치기현 나스(栃木 那須)

도치기현의 온천은 나스, 닛코 와 같은 도시에서 만나 볼 수 있으며, 도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와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도쿄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습니다. 나스는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지만, 숲이 우거진 언덕과 고급스러운 온천 리조트들은 번잡스런 도시 생활의 고요한 탈출구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기타 온천'은 현대 일본으로 타임슬립한 고대 로마의 온천 애호가의 시간 여행을 그린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Thermae Romae)'의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팬들은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촬영지로서가 아닌 '기타 온천의 팬'이 될 정도로 훌륭한 효능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타 온천의 실내 욕탕은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는 독특한 장식으로 유명합니다. 이 장식은 바로 일본 전통 신화에 나오는 장난꾸러기인 덴구(天狗)의 거대한 얼굴 가면이라고 하네요.


기타 온천료칸(北温泉旅館)
도치기현 나스군 나스유모토 151
웹사이트(en)
도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혼욕'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나스의 오마루 온천료칸을 추천합니다. 해발 1,300m 높이에 있는 이 료칸에서는 노천 혼탕에서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처마 끝에 얼어붙은 고드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마루 온천료칸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곳과 기타 온천이 있는 나스의 온천은 1380년에 발간된 역사문서에 기록된 7개의 온천 중 두 곳이라고 하며 거의 650년 동안 인기를 이어 온 온천이라고 하네요.

오마루 온천료칸(大丸温泉旅館)
도치기현 나스군 나스유모토 269
웹사이트(jp)

일본의 겨울 온천, 당신의 취향은?

일본은 '온천의 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도 거의 온천이 있지만, 눈으로 둘러싸인 노천탕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겨울 시즌에 일본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이 '유키미부로'를 놓치지 않도록 일정을 잡아 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상적인 입욕타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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