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타고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 : 선플라워호 완벽하게 즐기기

만약 나에게 시간의 여유가 있고, 도쿄 지역에서 홋카이도까지 해안을 따라 마치 오션 크루즈처럼 현지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맛보며 바닷바람에 머리칼을 휘날리며 태평양 한가운데서 일출을 맞이하는 여행이 가능하다면, 굳이 답답한 비행기를 타고 북적이는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여행을 선택할까요?
페리 여객선 '선플라워'는 항공편으로 떠나는 여행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쿄의 북쪽 해안에 있는) 이바라키의 오아라이에서 홋카이도의 토마코마이(삿포로 바로 외곽)까지 편안한 하룻밤 페리 여행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이번 봄에 마침 홋카이도의 벚꽃 여행을 생각하던 우리는 썬플라워호의 객실을 예약하고 도쿄를 떠나 오아라이 페리 터미널에서 승선하여 페리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경험해 보기로 하고 홋카이도로 출발했었는데요, 지금부터 선플라워에서 만끽한 모든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도쿄~홋카이도 페리 선플라워(フェリーさんふらわあ)
공식 웹사이트(en)

예약에서 도쿄~오아라이을 이동 그리고 터미널 수속을 거쳐 드디어 썬플라워호에 승선했습니다. 선상에는 볼거리가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짐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곧바로 객실로 향합니다. 선플라워는 합리적인 가격의 도미토리와 같은 투어리스트룸이나 컴포트룸부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조금 더 넓은 객실, 조금 더 고급스러움을 더한 스위트룸까지 여행객의 취향과 필요에 맞춘 다양한 '캐빈(객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 캐빈이든 공통점은 언제든 두 발을 쭉 뻗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썬플라워의 모든 객실에는 육지에 있는 여느 호텔처럼 벽면에 TV가 있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 원하는 일본 방송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리가 일본 해안을 따라 운행하는 동안 휴대전화 신호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를 위해 선박이 어느 위치에 있든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많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자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SSQ(Sunflower Smart Quest)' 페이지를 열고 메뉴를 스크롤해 보면 다양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일본 영화, 심지어 간단한 폰 게임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즐기는 스마트폰 게임 말고도 선내에 있는 매점에서는 트럼프, UNO, 리버시 등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보드게임도 판매하고 있으니 체크해 보세요. 

매점은 영업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다인실이 아닌 객실이라면 매점에서 음료와 과자 등을 사 두고 객실에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홋카이도 아바시리의 명물인 파란색 맥주나 수프카레 맛 감자칩 같은 것들 말이죠. 다인실을 이용하는 분이라면 선내의 공용 테이블에서 드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바다를 마주 보는 전용 발코니가 있는 객실이겠지만, 로비에서 처음 만난 여행객들과 친구가 되는 경우들도 많이 있답니다(한 배를 탄 사이...라고나 할까요?).

전용 발코니가 없는 승객도 데크(갑판)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어 짭쪼름한 바다 공기와 해안의 전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운항하는 동안 다음 세 번의 타이밍에 때 데크로 나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첫째, 출발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오아라이에서 저녁 페리를 타고 저녁 7시 45분쯤 출발하면 항만 직원이 손을 흔들는 가운데 페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밝은 페리 터미널 조명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매우 '아침형 인간'인 분들이라면 일출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정확한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우리가 여행을 떠났던 4월 경에는 대략 오전 5시였습니다). 새벽을 지나 데크 너머 태평양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마지막 볼거리는 이른 아침, 페리 항로의 중간 지점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페리가 바로 지나갈 때입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바로 옆을 지나는 똑같은 배를 볼 때의 느낌은 초현실적인 무언가가 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대형 쌍안경을 빌려 바다 건너편을 실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쌍안경과 함께 '선장 유니폼'을 빌려 잠시나마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캡틴이 되어 재미있는 사진도 찍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의 바닷길 여행은 거의 18시간 동안 계속되니, 끼니든 주전부리든 출출한 시간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겠죠? 다행이도(아니 당연히도) 선플라워호의 식사는 매점이나 자판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메인이 되는 레스토랑이 있으며 매일 세 끼 식사를 제공합니다. 첫 끼니는 배가 항구를 떠나기 전, 저녁 식사가 준비되는데요, 몇 가지 정식 메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이바라키(출발지)와 홋카이도(도착지)의 현지 식재료로 만든 요리로 가득한 선상 뷔페를 선택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승객들은 신선한 가다랑어 구이, 해물 야키소바, 삼겹살 조림, 각양각색의 샐러드 바와 디저트로 플레이트를 가득 채웠습니다.

조식 뷔페는 쌀밥, 생선구이, 된장국과 같은 일본의 전형적인 아침식사, 폭신폭신한 토스트와 패스트리 등 유럽식 클래식, 그리고 일본 카레나 교자만두 같은 (아침식사 치고는) 독특한 메뉴들이 더 준비됩니다.

배는 점심을 조금 지난 시간에 홋카이도에 도착하기 때문에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일종의 런치/카페 메뉴로 가벼운 식사를 제공합니다. 올봄에는 카레라이스, 우동, 제철 딸기우유를 곁들인 케이크 세트 등의 메뉴였답니다. 레스토랑에서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므로 엔화를 준비해 두세요.

여객선에서는 볼 수 없을 법한, 결코 기대하지 않을 것 같은 몇 가지 놀라운 시설들이 선플라워호에는 있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호기심과 함께 '좋아요!를 외치게 만든 곳이 바로 목욕탕과 사우나 공간이었습니다. 커다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배가 흔들릴 때 마다 물이 부드럽게 출렁이는 모습이나, 아침 시간에 거대한 창문 너머로 해안선이 지나가는 모습을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나무향기 그윽한 사우나에 들어가 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한국의 바나나우유처럼 일본에도 '목욕 후 우유 한 잔'이란 문화가 있답니다. 
생각치도 못한 여객선에서의 목욕 후에도 역시나 우유 한 잔은 국룰이지만, 선플라워호에서는 안마의자를 즐기면서 마시는 걸 추천헤봅니다. 아마 피로가 두 배로 풀리지 않을까요?
 

좀 더 액티브한 즐길거리를 원하신다면 게임 코너로 가보세요. 완벽한 오락실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파칭코'를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분이라면 여기서 체험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카드게임과 감자칩 그리고 맥주를 구매했던 선플라워호의 매점을 소개합니다.
진열대에는 생필품과 일본의 인기 과자, 건어물이나 박하 등의 홋카이도 특산품들이, 냉장/냉동 케이스에는 홋카이도산 유제품을 사용한 아이스크림, 홋카이도 맥주와 사케 등이 가득 준비되어 있으며, 귀여운 홋카이도의 기념품이나 선플라워 페리를 테마로 한 머그컵이나 작은 배가 그려진 양말 등의 기념품도 다양합니다.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매점에서는 현금으로만 구매 가능합니다.

현지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식사와 독특한 홋카이도 맥주,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고, 오션뷰의 욕탕에서 개운하게 씻고 사우나도 즐기며, 바다 위에서 보는 멋진 일출까지...
선플라워호에서는 뱃길 여행 내내 즐길거리들이 아주 많아 18시간은 무료하지 않게 금새 지나갔습니다.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떠나는 여행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당연히 비행기일 테지만, 이동하는 과정도 여행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여행을 하고 싶은 분, 혹은 일본여행에서 가장 여유로운 순간을 바다 위에서 만끽하고 싶은 분이라면 선플라워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재미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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