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달고나 커피, 일본엔 고대 치즈?

일본 전국 음식 스테이홈 2020.05.27
시간과 인내와 팔힘(?)이 필요한 달고나 커피와 궤를 같이 하는 일본의 고대 치즈 '소(蘇)'를 아십니까?

일본은 고대부터 치즈를 즐겨 먹었다??

옛 일본과 '치즈'.
얼핏 듣기엔 왠지 연상이 되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일찍이 나라시대부터 유제품을 만들어 먹어왔다고 합니다. 
이는 중국 북방유목민들의 식문화였던 동물젖의 발효식품이 조선을 거쳐 전해진 것이라고 하네요.




 

집콕으로 다시 주목받는 일본의 '소(蘇)'

그 시대의 유제품 중에 '소(蘇)'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우유에서 수분을 증발시킨 것으로, 요즘으로 치면 농축유(크림) 혹은 치즈에 가까운 것인데요...  
헤이안 시대의 문헌에는 한 말(18L)의 우유를 졸이면 한 되(1.8L)분량의 소(蘇)를 만들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잔칫상이나 불교 행사에 쓰인 이 음식은 약으로도 쓰였다고도 하고, 당대의 권력자였던 후지와라 미치나가(藤原道長)가 아팠을 때 먹었다는 기록이 알려주듯 귀족들이 자양강장을 위해 먹었던 것이죠.   

아주 오랜 옛날에 일본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 얘기를 느닷없이 꺼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달고나 커피에 버금가는 수고로움

요즘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달고나 커피'는 재료를 수천 번은 족히 저어서 만드는 거의 중노동에 가까운 요리이지만, 완성되서 맛볼 때의 더없는 성취감 때문에 집콕의 무료함을 달래는 '사서 고생' 레시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 '소(蘇)'가 주목받는 이유는 달고나 커피의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조그만 치즈 덩어리 하나를 얻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살펴보면...
프라이팬에 2L의 우유를 붓고, 2시간 정도 불에 올려 졸여주는데, 이 때 주걱으로 천천히 우유를 저어줘야 합니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탄력이 생기면 졸여진 우유를 반죽한 뒤 랩에 싸서 모양을 잡고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식히며 재워 두면 완성이라고 합니다.
달고나 커피는 회전수를 요하는 작업이지만, 소는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셈이죠.
 

유행의 또다른 배경은 '낙농업계 응원하기'


이처럼 고대 치즈 '소'의 유행이 시작된 데에는 집콕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챌린지 놀이라는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 대책으로 갑작스럽게 초등·중학교에 휴교령을 내리면서 급식용 우유가 갈 곳이 없어지게 되면서 일본 낙농가에 불어닥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요는 '낙농가를 돕기 위해선 우유를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데서 착안한 게 '소 챌린지'인데요, 그 시작은 '보쿠미케(@bokumike)'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유저가 소를 만드는 과정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일본 농림수산성 공식 계정에서 리트윗한 뒤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과연 어떤 맛일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직접 만들어 먹어 본 사람들의 얘기에 따르면 '차고 달고 진한 치즈맛'이라며 보통 치즈와 곁들여 먹는 음식들과의 궁합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보신 분들이라면 그 고생 끝에 오는 즐거움을 '소 만들기 챌린지'로 다시금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

 
Comment
POST
Related Article
  • PART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