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가마쿠라는 언제나 수국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죠. 특히 가마쿠라~에노시마 일대는 예부터 수국 명소로 유명할 뿐 아니라, 원래부터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 산책하기 딱 좋은 동네! 당일치기 소풍으로도 좋고, 하루쯤 머물며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도 정말 추천하고 싶은 코스랍니다.

비 오는 날이라 더 좋은 초여름의 가마쿠라

6월은 일본의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오지만, 오히려 그 비와 수국, 그리고 가마쿠라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더욱 깊은 매력을 만들어줘요. 무엇보다 흐린 날씨 덕분에 관광객도 적고, 골목마다 느껴지는 조용함이 더 인상 깊게 다가왔죠.

이번엔 그동안 걸었던 길들 중 유독 기억에 남았던 가마쿠라의 수국 명소들을 모아봤어요. 수국을 좋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초여름 여행 계획에 참고해보세요. 🌸☔️

메이게츠인(明月院)

가마쿠라의 수국 명소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두 곳, 바로 하세데라와 메이게츠인. 하세데라는 에노덴 노선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한 덕분에 매년 많은 방문객이 몰리지만, 그만큼 인파도 어마어마해서 수국 길에 입장하려면 별도의 티켓을 구매하고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예요.

반면, 북가마쿠라역 근처에 위치한 메이게츠인은 에노덴 프리패스 구간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지만, JR 패스를 사용하면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어요. 도보 이동 시간이 조금 길긴 하지만, 그만큼 더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수국 명소랍니다. 특히 이곳의 수국은 은은하고 짙은 블루빛이 매력적인 ‘메이게츠인 블루’로 유명해, 일부러 이 색감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사람이 몰리는 시즌이지만, 조금 여유로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오후 폐원 전 시간대를 노려보는 것도 좋은 팁이에요. 오후 4시쯤, 햇살은 살짝 누그러들고 방문객도 한결 줄어들어 조용히 걷기 좋아요.

또한 가마쿠라 시에서 운영하는 실시간 혼잡도 지도를 활용하면 인파를 피한 알짜 방문도 가능하니 체크해보세요!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려면 꼭 체크!)

특히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바로 ‘달의 창’이라 불리는 둥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 풍경.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득한 이 창문은 사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배경 덕분에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가마쿠라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명소예요. 봄의 신록,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 단풍, 겨울의 고요함까지 어느 계절에 가도 그 나름의 매력이 가득한 메이게츠인. 가마쿠라 여행 코스에 꼭 한 번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메이게츠인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야마노우치 189
참배 시간: 일반 9:00~16:00
※ 수국 시즌에는 변동 있음
가는 법: JR ‘기타가마쿠라역’에서 도보 약 10분
공식 웹사이트

하세데라(長谷寺)

앞서 소개한 메이게츠인과 함께, 가마쿠라의 수국 명소로 빠질 수 없는 곳 바로 하세데라(長谷寺)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 ‘수국 산책로’로 불리는 언덕 위 꽃길! 만개한 수국이 가득한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이 산책로는 걷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힐링 스폿이에요.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가마쿠라 마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이런 절경 덕분에 매년 수국 시즌이 되면 수많은 꽃 구경객들이 하세데라를 찾는답니다.

다만, 많은 방문객을 수용하면서도 수국을 보호하기 위해 수국 시즌(6월 전후)에는 일반 참배료 외에 ‘수국 입장권’이 별도로 필요해요. 입장권에는 시간대가 적혀 있어, 해당 시간에 맞춰 입장하게 됩니다. 수국 입장권은 매일 수량 한정이므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사전 예약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장에서도 구매 가능하지만 당일 매진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혹시 수국 시즌에 하세데라(長谷寺)를 방문했는데 수국 산책로 입장권을 못 구해서 실망했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하세데라 경내 곳곳에는 수국 산책로 외에도 수국이 많이 피어 있어요. 사찰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마쿠라 특유의 고즈넉한 여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답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맑은 날엔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장면 같은 감성 가득한 가마쿠라 바다가 펼쳐지니 꼭 올라가 보세요.

하세데라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하세 3-11-2
가는 법:
JR 가마쿠라역에서 에노덴 환승 → ‘하세역’ 하차 후 도보 약 5분
참배 시간:
10월~3월: 8:00～16:30
4월~6월: 8:00~17:00
입장료: 어른 400엔 / 초등학생 200엔
수국 산책로 입장권: 500엔
※ 수국 시즌(5월 하순~6월 하순)에만 별도 요금 발생 , 온라인 사전 예약 가능, 당일권도 있음
공식 웹사이트

가마쿠라 사스케이나리 신사(佐助稲荷神社)

JR 가마쿠라역에서 도보 약 1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수많은 토리이와 경내 곳곳을 지키고 있는 귀여운 하얀 도자기 여우들이 인상적인 신사예요.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덕분에, 숨은 명소로도 손꼽히죠. 사실 이곳은 수국 명소로 유명하진 않지만, 경내 곳곳에서 아기자기하게 피어난 수국들을 만날 수 있어요. 수국도 좋아하고, 여우도 좋아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초여름이 사스케이나리 신사를 가장 즐기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해요. 비가 조금 내려도 운치 있는 풍경 덕분에 오히려 더 추천하고 싶답니다.

앞서 소개한 사스케이나리 신사(佐助稲荷神社)가 궁금해졌다면 좀 더 자세한 방문기와 사진은 따로 정리한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여기서는 한 가지 꼭 알려드리고 싶은 팁이 있어요. 지도상으로 보면 메이게츠인(明月院)과 사스케이나리 신사는 불과 한 정거장 거리로 보이지만, 직접 걸어가기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이에 산 하나를 넘어야 하고 길도 그리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 가는 분들에겐 조금 헷갈릴 수 있어요. 그래서 메이게츠인에서 사스케이나리 신사로 이동할 땐, JR을 타고 한 정거장 이동한 뒤, 가마쿠라역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걸 추천합니다. 그 편이 훨씬 수월하고, 체력도 아낄 수 있어요!

사스케이나리 신사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사스케 2-22-12
가는 법: JR 또는 에노덴 ‘가마쿠라역’에서 도보 약 20분
공식 웹사이트

제니아라이벤자이텐 우가후쿠 신사(銭洗弁財天宇賀福神社)

가마쿠라역 서쪽, 사스케이나리 신사와 같은 사스케 계곡 안에 위치한 제니아라이 벤자이텐 우가후쿠 신사(銭洗弁財天宇賀福神社)는 도보로 약 25분 정도 거리에 있어요. 이곳 역시 메이게츠인(明月院)처럼 가마쿠라의 일본 유산 중 하나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도 무척 흥미롭답니다. 신사가 위치한 움푹 들어간 지형 자체가 ‘복의 기운이 가득한 곳’으로 여겨졌고, 가마쿠라 막부의 시조인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頼朝)가 끊이지 않던 흉작을 해결하고자 기도를 드리던 중, 꿈에 나타난 ‘우가후쿠신’의 계시를 받아 이곳에서 맑은 샘물을 발견하고 신사를 세웠다고 해요. 이후 실제로 흉작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답니다.

그 뒤로는 호조 토키요리(北条時頼)가 신앙을 이어가며 백성들에게도 이 신사의 참배를 권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전통이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돈을 샘물로 씻으면, 복이 깃든 돈이 되어 집안에 평안을 준다”는 것!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정성껏 동전을 씻으며 금전운과 행운을 기원하고 있답니다. 이른바 ‘가마쿠라의 파워 스팟’으로도 유명해요! 또한, 경내에는 소박하게 피어난 수국들도 감상할 수 있어 사스케이나리 신사나 메이게츠인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답니다.

제니아라이벤자이텐 우가후쿠 신사
주소: 2-25-1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사스케 2-25-16
참배 시간: 8:00~16:30 (최종 입장 16:00)
가는 법: JR 또는 에노덴 ‘가마쿠라역’ 서쪽 출구에서 도보 약 25분
공식 웹사이트

대불 크레페

가마쿠라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한 번쯤 본 적 있을 거예요. 바로 이 ‘대불 크레페’ 사진! 에노덴 ‘하세역’에 내리면 꼭 들러보길 추천하는 곳, 바로 KANNON COFFEE kamakura입니다. 여기서 판매하는 ‘대불 크레페’는 이름 그대로, 정말 대불 모양 얼굴이 쏙 들어간 크레페로 계절마다 다르게 나오는 한정 맛이 있어 방문할 때마다 다른 맛을 즐기실 수 있답니다.

게다가 크레페 외에도, 가게 안에서는 대불 파르페 같은 다른 귀여운 디저트도 준비돼 있어요. 부처 덕후라면(?) 놓치면 아쉬운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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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NON COFFEE kamakura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하세 3-10-29
영업시간: 10:00~18:00
정기휴무: 없음
가는 법: 에노덴 ‘하세역’ 하차, 도보 약 2분
공식 웹사이트 | IG

하세의 감성 스팟 ‘고료 신사’

이곳은 일본 인기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最後から二番目の恋)’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에노덴과 가마쿠라 감성을 담은 사진을 찍고 싶은 사진 마니아들이라면 꼭 들르게 되는 명소! 수국 시즌엔 에노덴 옆으로 핀 수국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더해주니, 철 따라 바뀌는 고료 신사의 모습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원래부터 에노덴 촬영 명소로 유명했던 하세의 고료 신사(御霊神社)지만, 초여름이 되면 철길 주변을 수국이 가득 메우며, 이곳은 자연스럽게 수국 명소로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어요. 수국 시즌이 아닐 땐, 사람 없는 타이밍을 노려 한적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역시 본격적인 수국 시즌이 되면, 예상대로 삼각대를 든 사진가들이 속속 몰려들어요. 그렇다고 인파에 치일 정도는 아니지만, 딱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구도를 잡으려면 조금의 인내심은 필수!

참고로 수국은 철도 주변뿐 아니라, 신사 본전 뒤쪽에서도 소박하게 피어 있어요. 잠시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할 점! 최근에는 신사 내부에서 토리이를 통해 에노덴을 촬영하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해요. 참배객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니, 방문 시에는 예의를 갖춘 촬영을 꼭 기억해 주세요.

고료 신사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사카노시타 4-9 (※ 가마쿠라 대불로 유명한 고토쿠인과 하세데라 중간쯤 위치)
개방 시간: 09:00~17:00
가는 법: 에노덴 ‘하세역’ 하차 후 도보 약 5분
공식 웹사이트

고쿠라쿠지 (極楽寺)

또한 에노덴 수국 산책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명소, 바로 에노덴 ‘고쿠라쿠지역(極楽寺駅)’과 그 앞 고쿠라쿠지예요.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最後から二番目の恋)’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역 앞에 피어 있는 수국부터 눈길을 사로잡고, 사찰 경내와 산문 주변에도 수국이 피어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기 참 좋은 스팟이랍니다.

이곳의 기원은 무려 12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가마쿠라 막부 2대 집권자 호조 요시토키의 셋째 아들인 호조 시게토키가 창건했고, 이후 이 절의 중심을 세운 인물은 닌쇼 대사(忍性大師)였죠. 당시 일본이 원나라로부터 침공을 받을 위기 속에, 닌쇼 대사는 절에서 원군 철수를 기도하는 한편, 의료시설인 시약원(施薬院) 등을 마련해 병든 자와 가난한 자를 보살폈다고 전해져요.

한때는 규모가 매우 컸지만, 전쟁과 재해로 여러 차례 파괴와 재건을 거쳤고, 관동대지진 때 큰 피해를 입은 후 대부분은 근대에 재건된 건물이에요. 경내는 아담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이곳만의 조용한 매력으로 다가온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초가지붕은 1863년에 지어진 것. 사찰 옆에 자리한 이나무라사키 초등학교는 과거 이 절의 부지였다고 해요.

고쿠라쿠지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극락사 3-6-7
가는 법: 에노덴 ‘고쿠라쿠지역’ 하차 후 도보 약 1분
참배 시간: 9:00~16:00 (비정기 휴무)

조주인 (成就院)

고쿠라쿠지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조용한 사찰, 조주인成就院)은 한때 ‘수국 명소’로 유명했던 곳이에요. 경사 위에 자리 잡은 절로, 108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유이하마(由比浜) 바다를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포토 명소로도 유명하죠!

예전에는 계단 양옆으로 수국이 가득 피어 ‘수국 터널’ 같은 장관을 이루었지만, 2019년 보수 공사 이후 수국은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고 해요. 지금은 예전만큼 수국이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작게나마 수국을 만날 수 있고, 계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이 예뻐서 수국 시즌이 아니더라도 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코스랍니다.

조주인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고쿠라쿠지 1-1-5
참배 시간:
여름 8:00~17:00
11/1~3/1 단축 운영
가는 법: 에노덴 ‘고쿠라쿠지역’ 하차, 도보 약 3분
공식 웹사이트

요리도코로

에노덴 이나무라가사키(稲村崎)역에서 도보 2분, 오래된 민가를 개조한 감성 가득한 카페 YORIDOCORO(요리도코로)는 철도 바로 옆에서 날달걀밥(TKG)과 생선구이 정식을 즐길 수 있는 맛집으로 유명해요!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정식은 현지인은 물론, 여행객에게도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죠. 특히 에노덴이 지나가는 바로 옆 창가 자리는 인증샷 필수 !📸

너무 인기 많아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 많은 게 부담스럽다면 유이하마(由比浜)역 인근의 2호점을 노려보는 것도 팁! 다만 철도 뷰는 1호점만의 특권이라는 점😉

Cafe YORIDOCORO（カフェ ヨリドコロ）
주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이나무라가사키 1-12-16
영업시간: 7:00~18:00 (라스트오더 17:15)
휴무일: 화요일
가는 법: 에노덴 ‘이나무라가사키역’ 하차, 도보 약 2분
공식 웹사이트 ｜ IG

여름의 시작은 가마쿠라에서

도쿄에서 가마쿠라까지는 당일치기 여행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1박 2일 코스를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하세데라와 메이게츠인 같은 인기 수국 명소는 아침 일찍 찾아야 비교적 한산하게 즐길 수 있고, 시간이 된다면 에노시마까지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아요. 이 섬에도 은근히 수국 스팟이 숨어 있거든요.

가마쿠라·에노덴 라인 등 쇼난 해안 지역을 더 즐기고 싶다면 JAPANKURU에서 정리한 [도쿄 근교 여름 나들이 코스 가이드]도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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